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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모음] 훈풍은 북미협상에서 불어오나 - 김근식 경남대 교수, 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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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관리자

등록일 : 2011.12.18

조회수 : 5,964

본문


  <칼럼>           훈풍은 북미협상에서 불어오나


김근식 경남대 교수, 정치학



일반적으로 북미협상과 남북관계는 상호 연관성을 갖고 있다. 우선 남북관계가 유지되고 진전되는 경우에는 북미관계 즉 북미협상에 적잖은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즉 남북관계는 북미 대결로 인한 한반도 긴장고조를 완화시킬 수 있는 안전판이면서 동시에 북미협상을 촉진하고 북미관계 진전에 기여하는 촉매제 역할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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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도 남북관계가 우호적일 경우는 북미관계에 영향을 미쳤다. 부시 행정부 내내 미국의 대북 강경정책과 북한의 고슴도치식 맞대응으로 북미 대결이 지속되었지만 긴장고조를 막고 한반도 정세를 진정시킬 수 있었던 것은 북핵과 병행해서 남북관계라는 틀이 유지되었기 때문이었다.


 


심지어 남북관계는 북미협상을 진전시키는 적극적 역할을 하기도 했다. 2005년 정동영 장관과 김정일 위원장의 6.17 면담으로 북한의 6자회담 참여를 이끌어 냈고 그해 9월에 이른바 9.19 공동성명을 도출할 수 있었던 데는 남북관계라는 틀이 적극적으로 가동됨으로써 북미 협상을 견인했던 탓이었다.


 


그러나 북미 대결로 인한 정세 악화를 막아내고 북미협상을 촉진시키는 것 이상의 남북관계 역할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2000년 6월 남북정상회담 이후 한반도에 평화가 증진되고 남북관계가 극적으로 개선된 데 토대해서 그 해 10월에는 조명록 차수가 워싱턴을 방문하고 곧이어 올브라이트 국무장관이 평양을 방문하면서 북미간 극적인 관계개선의 정점에 도달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것이 다였다. 6.17 면담으로 이끌어낸 6자회담 재개와 9.19 공동성명이었지만 이 역시 그것이 다였다.


 


9.19 공동성명 이후 또 다시 심화된 북미 간 대결 즉 미국의 대북 금융제재와 북한의 대미 불신 구조가 재현되면서 결국은 9.19의 실종을 가져왔고 급기야 북한의 핵실험이라는 최악의 상황까지 이르고 말았다. 한반도의 현실은 남북관계가 북미협상에 우호적 영향을 미칠 수 있지만 그것만으로 북미협상을 성공시키기는 역부족임을 알 수 있다.


 


한반도 정세의 주요한 두 축인 북미관계와 남북관계는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관계이지만 본질적으로는 북미관계가 보다 높은 수준의 정세 결정력을 갖고 있다. 특히 북핵문제와 관련해서는 북미관계가 근본적으로 풀리지 않는 한 남북관계만으로는 원만한 해결을 기대하기 힘들다.


 


북미관계가 정세를 결정하는 보다 근본적 요인임을 감안할 때 남북관계가 파탄되거나 중단될 경우 한반도 정세는 더욱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즉 남북관계 갈등 국면에서는 북미관계가 대결일 경우 정세를 더욱 악화시키고 북미협상을 오히려 발목 잡는 경우가 발생한다.


 


이명박 정부 들어 남북관계가 경색되면서 2008년 12월 마지막 6자회담에서 검증문제를 둘러싸고 한국 대표는 가장 강경한 입장을 주장함으로써 북미 협상의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봉쇄하고 말았다. 2009년 하반기에 캠벨 차관보 업무 시작 이후 이른바 ‘포괄적 패키지’라는 이름으로 북미 협상이 시작되는 즈음에 또 이명박 대통령은 ‘그랜드 바겐’이라는 선북핵폐기론을 고수함으로써 어렵게 조성된 협상 국면을 발목잡고 말았다. 결국 남북관계 악화는 북미관계를 제약하는 요인으로 자리잡고 만 것이다.


 


이명박 정부 내내 남북관계 중단이 지속되면서 북미협상은 그래서 지지부진할 수밖에 없었다. 한미동맹이라는 틀을 무시할 수 없는 오바마 행정부는 북한과의 협상을 위해 불가불 남북관계 요인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 2010년 천안함과 연평도 사태를 겪으면서 미국은 이명박 정부를 두둔해야 했고 그 결과 한반도는 전쟁위기까지 치닫고 말았다.


 


감당할 수 없는 긴장고조를 해소하기 위해 미국은 결국 남북관계 개선을 요구했고 우여곡절 끝에 남북비핵화 회담을 거쳐 북미협상을 시작할 수 있었다. 이번 제네바 북미협상도 9월의 베이징 비핵화 회담을 명분으로 진행될 수 있었다.


 


남북관계 악화로 인해 북미협상이 제약을 받고 발목 잡히기도 했지만 이제 본격적인 북미협상이 시작된 만큼 북미관계 진전이 앞서가고 그 결과로서 남북관계를 추동해내는 수순이 가능할 수 있게 되었다. 제네바 2차 북미회담을 계기로 북미 간 쟁점이 절충되고 이른 시일 내에 6자회담이 재개됨으로써 북핵문제 진전의 실마리를 풀어나가야 한다.


 


수년째 지속되고 있는 남북관계 갈등 국면을 지혜롭게 풀 수 있는 여지도 여기에서 비롯될 수 있다. 남북관계 자체의 동력이 불충분하거나 불가능 할 경우 북미관계 진전이라는 대외적 환경을 개선함으로써 우회적으로 남북관계를 추동해내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기 때문이다.


 


꽉 막힌 남북관계를 이제 막 시작된 북미협상으로 진전시키고 다시 또 남북관계 개선이 북미 협상을 진전시키는 상호 선순환의 한반도 정세를 이제라도 우리는 기대하고 싶다.



2011년 11월 21일


통일뉴스